자동차 문이나 냉장고 문을 열 때 '찌릿'하는 신경이 곧추서는 순간이 있다. 요즘처럼 대기가 건조한 환절기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정전기이다. 일반적으로 4명 중 1명꼴로 정전기로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나만 유독 정전기가 이렇게 심할까' 걱정이 될 때가 있다. 건강에 혹시 해롭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전기는 왜 발생하며, 정전기가 잘 생기는 사람은 따로 있을까?
날이 건조해지면 찾아오는 정전기, 왜 나타날까?정전기는 말 그대로 '정지돼 있는 전기'이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마찰 때문으로, 신체가 물체와 접촉할 때마다 전자는 신체와 물체를 오가면서 전기로 저장된다. 그러다가 적정 한도 이상으로 전기가 쌓였을 때 신체·물체가 또 접촉하면 쌓인 전기가 순식간에 이동하는데, 이때 전기가 순식간에 불꽃을 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정전기인 셈이다. 정전기는 날씨가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 그리고 요즘 같은 환절기에 많이 나타난다. 정전기의 발생이 습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습도가 낮을수록 정전기 발생률은 높아진다. 수분은 전하를 띠는 입자들을 전기적 중성 상태로 만들어 습도가 비교적 높을 때는 정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대기의 습도가 60% 이상이면 정전기가 잘 남아 있지 않지만, 습도가 30% 이하일 경우 많이 쌓이게 된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정전기가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정전기가 잘 생기는 사람은 따로 있다?정전기의 일차적 원인은 건조한 날씨 탓이지만, 피부 표면의 수분도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손잡이를 만졌는데 나만 찌릿하고 정전기가 일어났다면, 그건 피부 수분도의 차이 때문이다. 즉, 지성보다는 건성 피부에서 더 빈번하다. 또한,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정전기를 더 많이 느끼는데,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정전기에 더 민감하며, 땀을 많이 흘리거나 몸이 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술과 커피도 정전기 발생 빈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 술을 마시면 뇌하수체 후엽에서 만들어지는 항이뇨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돼 물을 마셨을 때보다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촉진해 체내 세포에서 많은 물을 배출하게 만들기도 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도 이뇨작용을 유발하는데, 카페인의 경우 섭취량의 약 2.5배의 수분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커피와 술을 즐겨 먹는 사람에게 정전기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무시해서는 안 돼정전기에 쇼크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 남자는 약 4,000볼트가 되어야 전기를 느끼고, 여자는 2,500볼트만 되어도 전기를 느낀다. 인체에 축적될 수 있는 전압의 한계는 약 3,500볼트이며 손끝에 통증을 느낄 정도의 정전기라면 대개는 3,000볼트가 넘는다. 정전기가 이처럼 고압인데도 감전되지 않는 이유는 전류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류의 1,000~100만 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전기를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전기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지만, 건조한 환경은 피부나 호흡기 등의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정전기는 우리 몸과 주변 환경에 수분이 부족하여 수분을 요구하는 몸의 신호일 수 있다. 정전기는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을 유발하고 이를 긁으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잦은 정전기는 피로감, 스트레스, 두통, 불쾌감을 유발할 뿐 아니라 정전기로 머리가 엉키면 모발이 쉽게 손상돼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하이닥 정형외과 상담의사 이제성 원장(제이에스미의원)은 "성질이 다른 옷이나 물체가 서로 부딪히면 이온이 서로 옮겨 가게 되는데, 이때 정전기가 발생한다. 정전기는 인체에 위험하지 않지만 피부 질환이 있으면 염증이 악화될 수 있으며, 몸이 허약하거나 과로한 사람의 경우 정전기 쇼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피부가 건조한 사람, 피부병이나 당뇨병을 앓는 사람, 노인 등은 사전에 정전기를 예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주변 환경뿐 아니라 몸의 적정 습도 유지가 중요정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도가 10~20% 정도로 건조한 날에는 전하가 공기에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에 정전기가 발생하기 쉽다. 가습기나 젖은 빨래 등을 활용하여 실내 습도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몸의 적정 습도 유지도 중요한데, 손을 자주 씻어 물기가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보습 로션 등을 충분히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머리카락은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 신체 부위인 만큼 샴푸와 린스 후 트리트먼트를 사용해 모발 표면에 보호막을 만들고 모발 속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카락에 정전기가 심하다면, 옷을 입기 전 모발을 70% 정도 말리고 고무나 나무 손잡이로 된 브러시를 사용하여 빗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정전기는 화학섬유 소재의 옷에 많이 발생한다. 옷을 보관할 때는 같은 섬유의 옷을 포개거나 나란히 걸지 말고 코트와 스웨터 사이에 신문지를 끼우거나 순면 소재의 옷을 걸어두면 정전기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문 손잡이를 잡기 전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 습기를 만들거나, 신경 조직이 없는 손톱을 문고리에 먼저 갖다 댄 후 잡으면 정전기를 피할 수 있다. 가전제품을 식초로 적신 천으로 닦는 것도 가전제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정전기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여성들이 신는 스타킹에서도 정전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도 식초를 활용하여 세탁하면 정전기를 줄일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제성 원장 (제이에스미의원 정형외과 전문의)